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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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08년 6월이 마지막 글이니 그럴 수 밖에.

블로그 운영을 중단한 것은 대학생활로 바빴다는 것도 핑계가 되겠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싸이월드 때문이 아니였을까 싶다.


모든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하던 시기였기에, 나도 블로그와 싸이월드를 함께 운영하였었고

결국은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인터넷 상에서도 그 교류가 지속적이도록 애쓰다보니 싸이월드만 이용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접했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참 많은 포털사이트와 SNS, 메신저를 해왔다.

누리꾼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활동을 했던 많은 사이트 그리고 서비스들.

결국은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든 경쟁에서 밀렸든..

유행 자체가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리잡고 활동하던 곳들의 쇠락과 함께, 웹 상에서 맺어졌던 인연들이 새로운 장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비교적 좀더 뛰어났던 점은 기존의 관계망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였다.)

Daum의 인연이 Naver로 Nate로 지속되기란 중간 매개없이는 불가능했고, SNS, 메신져.. 모두 마찬가지다.

지인들과 함께 혹은 나만의 추억과 자료들이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 또한 그랬다.


SNS가 새로운 유형의 소통방식과 빠른 소식 전파를 가능하게 했지만, 최근에 유행하는 SNS들을 이용하다보면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너무나 순간적인 것들로 치부해 버리게 되는 단점도 낳았다고 생각한다.

홈페이지와 블로그 그리고 미니홈피까지는 자료들을 축척하고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것 그리고 점점더 끈끈해지는 관계망이 가능하다고 볼때,

요즘의 SNS는 순간적인 서로의 감정과 이슈에만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는 경향이 있고 관계의 깊이보다는 넓게 퍼지는데에 더욱 치중되고 있다.


웹 상에서 어디를 가나 스팸성 정보들이 생성되기 마련이다.

SNS에서는 이제 친구의 글이 스팸성 정보로 치부되어 버리기까지도 한다.

친구가 무심히 누른 '좋아요'와 'RT'이 나에게는 스팸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올린 일명 '뻘글''자랑글''허세글'이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순간 나 자신도 그러한 흐름에 휩쓸려가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어느순간부터 SNS에 글을 올린다는 것이 뭔가 굉장히 껄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곳은 내 생각을 올리기가 마치 누군가의 관심을 바라는 애정결핍증을 앓고있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내 글에 대해 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하게되고 신경이 쓰이게 된다.

스마트폰의 알림기능이 그런 마음에 조급함까지 더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이 곳 또한 언젠가 쇠락해버릴지 모른다는 회의감이 생기게됐다.

포털 사이트가 되었건 어떤 서비스가 되었건. 이렇게 변화가 빠른 요즘과 같은 웹세상에서는 조금이라도 종속성이 약한 곳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지속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독립적인 홈페이지가 그 1순위이고, 블로그가 그 차선책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만큼은 정말 저 뒤로 미뤄두고 싶은 차선책이다. '네이버 속 나'의 블로그를 만들고 싶진 않다.)


SNS에 신물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부터,

건축에 대한 블로그를 따로 운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 시작단계에 접어들었었다.

그러다 결국, 일상과 건축 또한 별개가 될 수 없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적은 양이지만 조금이라도 정성을 들였던 기존의 블로그를

계속 방치 해 두는 것도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다시 이 곳을 좀더 다듬고, 또 다듬어가며 나의 기록을 남길 생각이다.


SNS는 최소한의 관계망으로써, 그리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용도로만.

나의 생각과 기록들은 이 보금 자리에.



나의 일상 속에서의 생각들. 많은 부분이 건축에 대한 이야기로 기록하게 될 것 같다.

결국 도시 속 일상, 건축과 함께하는 여행 그리고 사진. 모두 묶여서 연결된다.

Architecture, Trip, Urban, Photo

그래서 새로운 블로그의 이름은 AT-UP이다.

짜증나게 이미 ATUP이라는 사이트가 존재 하더라, 곧 망하든가 이름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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